에어팟에 ‘눈’이 생길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한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카메라 탑재 에어팟이 애플 운영체제 내부에서 실제 사용 장면과 함께 포착됐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카메라의 존재만이 아니다. 당초 ‘에어팟 울트라(AirPods Ultra)’처럼 별도의 초고급 모델이 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근 발견된 파일에서는 이 제품이 ‘에어팟 프로(AirPods Pro)’로 표기됐다. 아직 정식 제품명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애플이 카메라를 실험적인 부가기능이 아니라 차세대 에어팟의 주요 기능으로 가져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폰에 카메라를 달아 어디에 쓸까.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종합하면 애플이 만들고 있는 것은 ‘카메라가 달린 이어폰’보다 사용자의 주변을 이해할 수 있는 AI 웨어러블에 가깝다.

책을 보는 순간, 에어팟도 함께 본다

이번에 가장 구체적인 단서가 나온 곳은 macOS Tahoe 26.7 RC다.

9to5Mac에 따르면 운영체제 안에서 카메라 탑재 에어팟의 ‘Visual Intelligence’ 기능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이 발견됐다. 영상 속 사용자는 에어팟을 착용한 상태에서 책을 바라보고 Siri에게 이를 기억해 달라고 요청한다. 외형은 기존 에어팟 프로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스템 부분이 조금 두꺼워진 모습이다.

같은 소프트웨어에서는 ‘B790’이라는 코드명과 함께 이미지 스트림(image stream)에 관한 흔적도 발견됐다. 애플이 카메라 에어팟의 하드웨어만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실제 Siri 기능과 연결하는 단계까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카메라의 역할을 일반적인 스마트폰 카메라와 혼동하면 안 된다. 맥루머스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에어팟의 카메라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용이 아니다. 주변의 시각 정보를 Siri AI로 전달해 비주얼 인텔리전스를 이용하기 위한 센서에 가깝다.

말하자면 에어팟에 카메라를 다는 것이 아니라 Siri에게 ‘눈’을 달아주는 셈이다.

아이폰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 AI

애플은 이미 이 방향을 아이폰에서 보여주고 있다. 올해 공개된 Siri AI에서는 카메라 앱에 새로운 Siri 모드가 추가됐다. 사용자가 카메라로 눈앞의 물체를 보여주면 관련 정보를 검색하거나 질문하고, 음식의 영양정보를 확인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애플은 이를 아이폰뿐 아니라 맥, 아이패드, 비전프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방식에는 한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아이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야 한다. 카메라 에어팟이 등장하면 이 과정이 사라질 수 있다. 길을 걷다가 간판을 보고 “여기는 어떤 곳이야?”라고 묻거나, 책을 바라보며 “이거 나중에 기억해줘”라고 말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카메라를 실행해 화면을 확인하는 과정 없이 사용자가 보고 있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AI에 전달할 수 있다.

생성형 AI의 경쟁이 텍스트와 음성을 넘어 ‘맥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변화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AI에게는 사용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직접 알려줘야 했다. 앞으로의 AI는 사용자가 무엇을 보고 있고,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려는지까지 이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팟은 그 과정에서 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미 귀에 착용하고 있고 마이크와 스피커가 있으며 Siri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각 센서 하나가 더해지면 듣고, 말하고, 보는 인터페이스가 하나의 기기에 들어간다.

‘울트라’가 아니라 ‘프로’라면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제품명 이야기도 흥미롭다.

맥루머스가 macOS Tahoe 26.7 내부 파일을 확인한 결과 카메라 에어팟은 ‘AirPods Pro’라는 이름으로 표기됐다. 임시 이름일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애플이 같은 소프트웨어 안에 실제 기능을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영상까지 넣었다는 점 때문에 단순한 자리표시자일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블룸버그 마크 거먼은 애플이 고가형 제품에 ‘울트라’라는 이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카메라 에어팟 역시 에어팟 울트라가 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카메라 탑재 모델이 기존 249달러짜리 에어팟 프로 3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실제로 ‘프로’ 계열에 편입된다면 해석이 조금 달라진다. 카메라와 비주얼 인텔리전스가 소수 사용자를 위한 초고가 실험 기능이 아니라 앞으로 에어팟 프로가 나아갈 일반적인 진화 방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이어폰 시장의 경쟁이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 착용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상황을 이해하고 AI와 연결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어폰 다음은 ‘AI 웨어러블’

카메라 에어팟을 둘러싼 루머가 혼란스러운 이유도 있다. 현재 서로 다른 두 개의 프로젝트가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주로 알려졌던 제품의 코드명은 B798이다. 이 모델은 Siri AI 개발 문제 등으로 출시가 2027년으로 밀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후 별도로 개발되고 있던 B790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이쪽이 오히려 먼저 출시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두 모델의 정확한 차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이 정확히 어떤 형태로 제품을 내놓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한 가지 흐름은 분명하게 읽힌다. 에어팟의 역할이 점점 ‘음악을 듣는 기기’를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에어팟은 통화와 Siri 호출, 청력 관련 기능, 실시간 번역 등 다양한 기능을 품었다. 여기에 주변을 인식하는 센서까지 들어간다면 제품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스마트 글래스와 비교해보면 더 흥미롭다. 메타는 레이벤 메타를 통해 카메라와 AI를 안경에 결합했다. 시선 방향과 카메라 방향이 일치한다는 점에서는 안경이 훨씬 자연스러운 폼팩터다.

반면 에어팟에는 다른 장점이 있다. 사용자가 AI를 쓰기 위해 새로운 기기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매일 사용하던 이어폰이 어느 날 주변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방식이다.

애플이 향후 스마트 글래스를 내놓더라도 그 전에 에어팟을 통해 ‘주변을 이해하는 Siri’에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이 먼저 진행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문제는 카메라보다 Siri다

다만 카메라가 달렸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카메라가 아니라 Siri일 가능성이 높다. 주변을 아무리 잘 바라보더라도 AI가 물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질문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응답 속도가 느리다면 사용자가 이어폰에 카메라까지 필요한 이유는 줄어든다.

애플이 올해 Siri AI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새로운 Siri는 개인 맥락과 화면 정보를 이해하고, 이미지와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멀티모달 기능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운다.

배터리와 프라이버시도 숙제다. 항상 귀에 꽂는 작은 기기에 카메라와 추가 연산 기능을 넣으면서 기존 에어팟 수준의 사용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사진을 촬영하지 않는 센서라고 해도 주변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이어폰이 지금 무엇을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생긴다. 애플이 카메라 작동 여부를 어떻게 표시하고 시각 정보를 어디까지 기기 내부에서 처리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카메라 에어팟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에어팟은 사용자의 말을 듣고 필요한 소리를 전달하는 기기였다. 여기에 카메라가 더해지면 사용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까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애플이 준비하는 제품을 단순히 ‘눈 달린 에어팟’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어쩌면 애플이 만들고 있는 것은 카메라가 달린 새로운 이어폰이 아니라, 처음으로 눈과 귀를 동시에 갖게 된 Siri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에디터 로그B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May Also Like

알루미늄? 티타늄? 아이폰 18 프로 소재 속 숨은 고민

아이폰 18 이야기가 벌써 뜨겁다. 보통 새 아이폰 루머는 칩, 카메라, 디스플레이에서…

갤럭시 Z 폴드8 와이드, 화면 넓어지면 대체 뭐가 좋은데

폴더블폰을 처음 펼쳤을 때는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한다. 화면이 크다. 신기하다. 그런데…

DJI 오즈모 포켓 4P vs. 인스타360 루나 울트라, 포켓 짐벌 최강자는?

포켓 짐벌 카메라 시장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 시장을 대중화한 쪽은 DJI였다. 오즈모…

폴더블은 왜 갑자기 팔리기 시작했나…갤럭시 Z 폴드8이 바꾼 것

폴더블폰은 오랫동안 ‘미래의 스마트폰’으로 불렸습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가 부족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