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AI)을 쓰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사진 속 필요 없는 사람을 지우고, 통화를 번역하고, 화면에 보이는 정보를 바로 검색한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상황을 이해해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AI 기능이 발전할수록 이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플래그십에 집중됐다. 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26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기준 125만4000원이다. 갤럭시 S26+는 145만2000원, 갤럭시 S26 울트라는 179만7400원부터 시작한다. 최고 사양 울트라는 250만원을 넘어간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 “AI 기능은 써보고 싶은데 100만원 넘는 돈을 내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는 27일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S26 FE에 눈길이 간다. 플래그십과 보급형 사이에 자리 잡았던 FE가 이번에는 ‘AI폰의 가격 장벽’을 낮추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 넘은 갤럭시 S26, FE가 필요한 이유

삼성전자는 20일 오는 27일 오후 9시 온라인으로 ‘삼성 갤럭시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구체적인 제품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갤럭시 S26 FE 공개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갤럭시 S26 시리즈를 내놓은 지 약 6개월 만이다.

FE는 ‘팬 에디션(Fan Edition)’의 약자다. 처음에는 이름 그대로 갤럭시 팬들이 선호하는 플래그십 기능을 추려 가격을 낮춘 제품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역할이 조금 달라졌다. 화면이나 카메라, 소재와 같은 일부 하드웨어에서 타협하더라도 상위 갤럭시의 핵심 소프트웨어 경험을 가져오는 ‘준플래그십’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 S25 FE가 대표적이다. 국내 출고가는 256GB 기준 94만6000원이었다. 갤럭시 S 시리즈보다 저렴했지만 제미나이 라이브를 비롯해 나우 브리프, 포토 어시스트, 오디오 지우개, 통역 등 다양한 갤럭시 AI 기능을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7세대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와 7년간 보안 업데이트까지 약속했다. FE가 단순히 ‘성능이 낮은 갤럭시 S’라고 보기 어려워진 이유다.

엑시노스 2500 탑재 전망…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AI 경험’

현재까지 알려진 갤럭시 S26 FE의 사양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유출 정보에 따르면 6.7인치 다이내믹 AMOLED 2X 디스플레이와 최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며 AP에는 엑시노스 2500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작 갤럭시 S25 FE의 엑시노스 2400보다 한 세대 최신 칩이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Z 플립7에도 사용됐다.

후면에는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와 1200만 화소 초광각, 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가 조합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는 4900mAh, 메모리는 8GB가 거론된다. 해외 유출 정보에서는 45W 유선 충전 지원 가능성도 나온다. 소프트웨어는 안드로이드 17 기반 원 UI 9이 유력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갤럭시 S26을 위협할 정도의 제품은 아니다. 오히려 카메라와 메모리 등에서 플래그십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그런데 지금 스마트폰에서는 이 차이가 과거만큼 결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갤럭시 S26 세대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단순한 CPU·GPU 성능이 아니라 AI다. 삼성전자는 S26 시리즈를 아예 ‘3세대 AI폰’이라고 정의했다. FE에서도 최신 원 UI를 기반으로 주요 AI 경험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면 소비자가 얻는 일상적인 사용 경험의 격차는 하드웨어 가격 차이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카카오톡을 보내고 웹을 검색하며 사진을 찍고 AI로 사진을 편집하는 평범한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벤치마크 점수가 몇 퍼센트 높은지가 아니다. 필요한 AI 기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더 가깝다.

AI 기능까지 ‘급 나누기’ 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그동안 새로운 기능을 가장 비싼 제품부터 적용했다. 카메라도,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도, 고성능 AP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플래그십 기능이 중급기로 내려왔고 스마트폰 전체의 사용 경험도 좋아졌다.

AI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는 카메라 센서나 티타늄 프레임처럼 물리적인 부품만으로 차별화되는 기능이 아니다. 온디바이스 연산 능력도 중요하지만 상당수 기능은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AI가 결합해 구현된다. 제조사가 기능을 의도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마트폰에서도 플래그십에 가까운 AI 경험을 제공할 여지가 크다.

이미 S25 FE가 이를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당시 FE에도 나우 브리프와 오디오 지우개, 통역, 갤러리 검색 등 다양한 갤럭시 AI 기능을 제공했다. S26 FE에서 이 전략이 한 단계 더 이어진다면 앞으로 ‘AI를 쓰려면 플래그십을 사야 한다’는 공식도 조금씩 깨질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AI폰 경쟁은 이제 얼마나 화려한 기능을 먼저 보여주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사용자에게 AI를 확산시키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FE는 갤럭시 AI의 사용자 기반을 넓히기에 좋은 제품이다.

변수는 역시 가격

갤럭시 S25 FE의 국내 출고가는 94만6000원이었다. 반면 유럽에서 유출된 S26 FE 가격은 128GB 모델 기준 799유로로, 전작보다 50유로가량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아직 공식 가격은 아니다.

갤럭시 S26 FE의 평가는 사양보다 국내 가격이 공개되는 순간 갈릴 가능성이 크다. 100만원 안팎에서 가격을 억제하면서 갤럭시 S26 세대의 주요 AI 기능을 대부분 가져온다면 얘기가 흥미로워진다. 125만4000원부터 시작하는 갤럭시 S26이 부담스럽지만 최신 갤럭시 AI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꽤 현실적인 선택지가 생긴다.

반대로 가격이 크게 올라 기본형 S26과 차이가 줄어든다면 FE라는 이름의 의미부터 다시 묻게 된다. 플래그십보다 성능을 낮추는 대신 가격을 확실하게 낮추는 것이 FE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갤럭시 S26 FE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카메라가 몇 화소인지, 벤치마크 점수가 얼마인지보다 오히려 두 가지다. ‘갤럭시 AI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경험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가.’ 27일 공개될 신제품이 정말 ‘합리적인 AI폰’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에디터 로그B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May Also Like

알루미늄? 티타늄? 아이폰 18 프로 소재 속 숨은 고민

아이폰 18 이야기가 벌써 뜨겁다. 보통 새 아이폰 루머는 칩, 카메라, 디스플레이에서…

갤럭시 Z 폴드8 와이드, 화면 넓어지면 대체 뭐가 좋은데

폴더블폰을 처음 펼쳤을 때는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한다. 화면이 크다. 신기하다. 그런데…

폴더블은 왜 갑자기 팔리기 시작했나…갤럭시 Z 폴드8이 바꾼 것

폴더블폰은 오랫동안 ‘미래의 스마트폰’으로 불렸습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가 부족했다는…

DJI 오즈모 포켓 4P vs. 인스타360 루나 울트라, 포켓 짐벌 최강자는?

포켓 짐벌 카메라 시장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 시장을 대중화한 쪽은 DJI였다. 오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