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을 살 계획이라면 지금은 조금 애매한 시기다. 아이폰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가을부터 아이폰과 애플워치는 물론 맥,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 TV, 홈팟까지 상당수 제품의 세대교체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전망을 종합하면 하반기 전체로는 15개 안팎의 애플 신제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9월 행사와 그 직후만 좁혀도 아이폰 18 프로·프로 맥스, 첫 폴더블 아이폰인 ‘아이폰 울트라’, 애플워치 시리즈 12와 울트라 4를 비롯해 10개 안팎의 제품이 거론된다.
물론 루머에 등장한다고 모두 당장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긴 신제품 목록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어떤 제품을 지금 사면 아쉬울 가능성이 큰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아이폰 프로·애플워치는 일단 한 달 기다리는 게 낫다
가장 판단하기 쉬운 제품은 아이폰 프로다.
애플은 아직 공식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일정과 최근 전망을 감안하면 9월 초·중순 아이폰 행사가 유력하다. 여기서 아이폰 18 프로와 아이폰 18 프로 맥스, 폴더블 형태의 아이폰 울트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18 프로에는 A20 프로 칩과 더 작아진 다이내믹 아일랜드, 가변 조리개 카메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아이폰 17 프로나 프로 맥스를 정가에 구입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신제품 공개까지 남은 시간이 짧고, 신형이 나온 뒤에는 구형 모델의 가격 조건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형 아이폰은 이야기가 다르다. 올해부터 애플이 아이폰 출시 시기를 나눌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이폰 18 일반 모델은 올해 9월이 아니라 2027년 봄으로 미뤄지고, 아이폰 에어 후속 모델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 17이나 아이폰 에어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9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올해 가을의 주인공은 철저하게 고가형 아이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워치는 반대다. 시리즈 11과 울트라 3가 지난해 9월 출시됐고 올해 시리즈 12와 울트라 4가 유력하다. 시리즈 12에는 새로운 칩과 건강 센서, 디자인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애플워치는 매년 혁신의 폭이 크지 않은 제품이지만 신제품 공개가 코앞이라면 굳이 시리즈 11을 서둘러 살 이유 역시 크지 않다.
의외로 가장 기다릴 만한 제품은 애플 TV와 홈팟 미니
이번 신제품 러시에서 오히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아이폰이 아닐 수도 있다. 애플 TV 4K와 홈팟 미니다.
현재 판매되는 애플 TV 4K는 2022년 10월 공개된 제품이다. A15 바이오닉을 탑재한 뒤 거의 4년 동안 세대교체가 없었다. 신형에는 A17 프로급 칩과 애플 자체 N1 네트워킹 칩, 새로운 시리 지원 등이 거론된다.

홈팟 미니는 더 오래됐다. 처음 등장한 것이 2020년 10월이다. 이후 색상이 추가되긴 했지만 기본 하드웨어는 사실상 6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후속 제품에는 더 빠른 칩과 Wi-Fi 7을 지원하는 N1 칩, 개선된 음질과 새로운 시리 기능 등이 예상된다.
보통 애플 제품을 살 때는 “다음 세대가 나와도 크게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 간격이 4~6년에 달하는 제품은 다르다.

특히 애플이 개인화된 시리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다시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변화는 단순한 프로세서 교체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형 홈 허브까지 함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애플 TV와 홈팟을 지금 구입하려 한다면 적어도 가을 신제품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에어팟 프로 3가 벌써 구형? 이건 조금 다르다
흥미로운 제품은 에어팟이다.
최근 카메라를 탑재한 새로운 에어팟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사용자가 바라보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시리와 비주얼 인텔리전스를 연결하는 형태다. 실제 관련 기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까지 발견되면서 출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런데 현재 에어팟 프로 3는 지난해 9월에 나온 제품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강화된 노이즈 캔슬링, 심박수 측정까지 추가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애플의 기존 에어팟 프로 교체 주기를 생각하면 1년 만에 곧바로 에어팟 프로 4가 등장하는 것은 상당히 빠르다. 실제로 전망도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올해 가을 출시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마크 거먼은 2027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카메라 에어팟이 에어팟 프로 3의 단순 후속 모델이 아닐 가능성이다. ‘에어팟 울트라’처럼 별도 고급 라인업으로 분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따라서 에어팟 프로 3는 아이폰 17 프로나 애플워치 시리즈 11처럼 “곧 구형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금 무선 이어폰이 필요하다면 신제품 루머만 보고 구매를 미룰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맥은 더 복잡하다…M5 맥북에어는 사고, 맥북프로는 고민
맥을 살 사람이라면 제품별로 판단해야 한다. 가장 편하게 살 수 있는 제품은 맥북에어다. M5 맥북에어가 올해 3월 11일 출시됐기 때문이다. 기본 저장 공간도 512GB로 늘었고 Wi-Fi 7과 블루투스 6을 지원하는 N1 칩까지 들어갔다. 등장한 지 불과 5개월 정도인 만큼 올해 가을 곧바로 교체될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는 적다.
아이패드 프로도 비슷하다. M5 아이패드 프로는 지난해 10월 출시됐으며 현재 전망으로는 올해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비교적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제품에 속한다.

반면 맥북프로는 묘하다. 기본형 14인치 맥북프로는 지난해 10월 M5로 바뀌었고, M5 프로·M5 맥스를 탑재한 상위 모델은 올해 3월에 등장했다. 그런데 하반기에는 기본형 14인치 맥북프로의 M6 업데이트가 거론되고 있으며, 늦으면 내년 초 OLED와 터치스크린, 더 얇은 디자인을 갖춘 대규모 맥북프로 개편까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수백만원을 들여 고급형 맥북프로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상황을 조금 지켜볼 만하다. 단순히 M5와 M6의 성능 차이보다 OLED와 새로운 폼팩터가 실제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애플 제품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올해 애플의 신제품 전략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출시 제품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제품마다 교체 주기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 프로와 애플워치는 연례 업데이트가 예정된 만큼 지금 구입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다. 애플 TV와 홈팟 미니는 각각 약 4년과 6년 만의 본격적인 세대교체 가능성이 있어 더 기다려볼 이유가 충분하다.
반대로 M5 맥북에어와 M5 아이패드 프로처럼 최근 업데이트된 제품은 신제품 러시와 크게 관계없다. 에어팟 프로 3 역시 카메라 에어팟이 등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형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애플 제품을 살 때 가장 위험한 생각은 “9월에 신제품이 많이 나온다니 전부 기다려야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제품 숫자가 아니라 내가 구입하려는 제품의 마지막 업데이트가 언제였는지다.
지금 기준으로 가장 기다려야 할 제품은 아이폰 17 프로·프로 맥스, 애플워치 시리즈 11·울트라 3, 애플 TV 4K, 홈팟 미니다. 반대로 맥북에어 M5와 아이패드 프로 M5는 상대적으로 구매 부담이 적다.
올가을 애플의 ‘신제품 융단폭격’이 시작되더라도 모든 제품이 동시에 낡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제품별 교체 주기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에디터 로그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