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Z 폴드가 길어지기를 멈췄다. 지금까지 등장한 갤럭시 Z 폴드는 접으면 세로로 긴 스마트폰, 펼치면 정사각형에 가까운 작은 태블릿이 됐다. 세대를 거듭하며 얇고 가벼워졌지만 전체적인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갤럭시 Z 폴드8은 이 공식을 뒤집을 전망이다. 최근 공개된 렌더링과 사양표에 따르면 접었을 때는 여권처럼 짧고 넓으며, 펼치면 4:3 비율의 미니 태블릿으로 변한다. 삼성도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협업한 티저에서 갤럭시 Z 폴드8의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예고했다.

처음에는 ‘갤럭시 Z 폴드8 와이드’라는 별도 모델로 알려졌지만, 최근 유출에서는 이 제품이 일반 갤럭시 Z 폴드8이고 기존 형태를 계승한 고급형이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로 구분된다. 유출 내용이 맞는다면 여권형 디자인은 실험적인 파생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기본형이 되는 셈이다.

낯설지만 처음은 아닌 디자인

여권형 폴더블은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서피스 듀오를 통해 비슷한 방향을 제시했다. 두 개의 5.6인치 화면을 경첩으로 연결해 펼쳤을 때 노트나 수첩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화면 두 개에 각각 다른 앱을 띄우는 방식은 멀티태스킹에 잘 어울렸다.

문제는 기술이었다. 가운데 베젤이 화면을 완전히 갈라놓았고, 초기 소프트웨어도 두 화면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서피스 듀오는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세 번째 제품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구글 역시 2023년 첫 픽셀 폴드에 짧고 넓은 ‘여권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접었을 때 외부 화면을 일반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고, 펼치면 가로로 넓은 화면이 나타났다. 하지만 픽셀 9 프로 폴드부터는 외부 화면을 세로로 늘리며 기존 북타입 폴더블에 가까운 형태로 돌아갔다.

삼성이 향하는 곳은 구글이 한 차례 떠났던 자리다.

폴더블의 문제는 크기보다 비율이었다

기존 북타입 폴더블은 ‘접었을 때도 평범한 스마트폰이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출발했다. 외부 화면을 세로로 길게 만들다 보니 내부 화면은 정사각형에 가까워졌다.

화면 면적은 넓지만 동영상에는 위아래 여백이 생기고, 게임이나 일부 앱은 화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두 앱을 나란히 띄우면 각각의 창이 지나치게 좁아지는 문제도 있었다. 큰 화면을 갖췄지만 작은 태블릿처럼 사용하기에는 어딘가 어색했다.

갤럭시 Z 폴드8은 이 순서를 바꾼다. 유출 정보상 외부에는 16:10 비율의 5.5인치 화면, 내부에는 4:3 비율의 7.6인치 화면이 들어간다. 접었을 때 화면은 작지만 타이핑하기 편한 폭을 확보하고, 펼쳤을 때는 웹 문서와 사진, 지도, 전자책을 보기 좋은 형태가 된다. 앱 두 개를 나란히 배치하기에도 기존의 정사각형 화면보다 유리하다.

세로로 긴 화면은 짧은 영상과 SNS를 볼 때 편하지만, 폴더블을 펼치는 이유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4:3 화면은 스마트폰을 크게 확대한 모습보다 아이패드 미니를 작게 접어놓은 물건에 가깝다.

실패했던 디자인이 돌아온 이유

과거 여권형 기기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모양 자체보다 이를 구현할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짧고 넓은 기기를 두껍게 만들면 손에 쥐기 부담스럽고, 주머니에도 쉽게 넣기 어렵다.

갤럭시 Z 폴드8은 접었을 때 두께가 약 9.7mm, 무게는 200g 안팎으로 예상된다. 유출 사양대로 출시된다면 일반 바형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얇아진 힌지와 디스플레이, 가벼워진 소재가 여권형 디자인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것이다.

소프트웨어도 달라졌다. 삼성은 7세대에 걸쳐 화면 연속성과 분할 화면, 앱 전환, 드래그 앤드 드롭 같은 폴더블 사용 방식을 다듬어 왔다. 넓은 화면을 만들어 놓고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했던 서피스 듀오 시절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화웨이 푸라 X 맥스가 지난 4월 먼저 와이드 폴더블 시장에 진입했고,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역시 비슷한 형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제조사가 동시에 짧고 넓은 폴더블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 디자인이 일시적인 변형을 넘어 차세대 경쟁 구도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을 펼치는 이유를 다시 묻다

여권형 디자인에도 단점은 있다. 기기 폭이 넓어 한 손으로 잡기 어렵고, 세로로 긴 콘텐츠를 자주 보는 사람에게는 기존 폴더블이 더 편할 수 있다. 4:3 화면도 16:9 영상을 여백 없이 보여주지는 못한다.

갤럭시 Z 폴드8이 보여줘야 할 것은 새로운 모양보다 새로운 사용 경험이다. 접었을 때 작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하고, 펼쳤을 때는 문서와 웹, 사진, 멀티태스킹에서 일반 스마트폰과 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지난 7년 동안 폴더블은 ‘스마트폰을 얼마나 크게 펼칠 수 있는가’를 놓고 경쟁했다. 갤럭시 Z 폴드8은 질문을 바꾼다. 큰 스마트폰이 아니라 작은 태블릿을 접어 가지고 다니면 어떨까.

여권형 폴더블이 다시 돌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폴더블은 접히는 스마트폰이라는 신기함을 넘어, 펼쳐야 할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 에디터 로그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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