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상징. 그랜저가 5월 15일 페이스리프트 신형 모델을 선보였다.
반응은 역시나 뜨거웠다. 출시 첫날 계약만 1만 277대를 기록하며 역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패밀리카로, 법인차로, 때론 택시까지 쓰임새가 다양한 그랜저다운 성적표다.
출시와 함께 자연스럽게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였다. 신형 출시 직전인 지난 4월, 그랜저 판매 6622대 중 하이브리드가 4165대로 무려 63%에 달했다.
뚝떨어진 HEV 비율 ‘인기가 없어서?’

그런데 신형 모델에서 반전이 벌어졌다. 가솔린이 58%, 하이브리드는 40%로 뒤집혔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데이터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더 뉴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계약 비율이 40%로 줄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갑자기 하이브리드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현대차 측이 직접 밝힌 이유는 명확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친환경차 고시 등재 일정 때문에 고객 인도가 하반기로 미뤄진 것이다.

“지금 계약해도 차를 바로 받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초기 계약 비율에 그대로 반영됐다. 기다림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기보다, 당장 받을 수 있는 가솔린으로 계약을 서두른 수요가 많았다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현대차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친환경차 고시 등재 일정에 따라 고객 인도 시점이 하반기로 예정돼 있어, 초기 계약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솔린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도 강세…숫자로 드러난 소비자 심리

파워트레인 선택 외에도 눈에 띄는 숫자들이 있다.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의 계약 비율이 41%로, 기존 모델의 29% 대비 12%포인트나 뛰었다. “어차피 살 거라면 제대로”라는 소비자 심리가 트림 선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신규 적용된 스마트 비전 루프의 선택률도 12.4%를 기록했다. 캘리그래피 트림에서만 고를 수 있는 옵션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스마트 디바이스’로서의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층이 실제로 지갑을 열고 있다는 방증이다.

EV 전환과 SUV 수요 증가가 뚜렷한 시장 흐름 속에서도, 내연기관 세단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하루 만에 1만 대 계약을 돌파했다는 점은 놀라움 그 자체다.
어렸을적부터 듣던 그 문구 ‘성공한 사람의 상징’ 그랜저라는 이름이 여전히 한국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숫자가 대신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