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폴더블폰을 만든다고? 그렇다면 우리도.”
화웨이와 샤오미가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공개를 앞두고 같은 날 신제품을 꺼내 들었다. 화웨이는 두 번 접는 ‘메이트 XT2’, 샤오미는 여권처럼 짧고 넓은 ‘샤오미 18 폴드’를 공개했다. 애플이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9일(현지시간)보다 불과 이틀 앞선 시점이다.
다만 실제 순서는 반대다. 화웨이와 샤오미는 애플보다 훨씬 먼저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애플 발표 직전에 나란히 신제품을 선보인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애플의 참전으로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번 접어 10.2인치로…화웨이는 더 과감해졌다
화웨이 메이트 XT2는 화면을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이다. 접으면 6.5인치 스마트폰이지만 모두 펼치면 10.2인치 태블릿에 가까운 화면이 나온다. 펼친 화면의 해상도는 2232×3184이며, 세 개의 앱을 나란히 띄우는 멀티태스킹도 지원한다.
가장 큰 변화는 접는 방식이다. 앞서 출시된 메이트 XT와 메이트 XTs는 화면 일부가 외부에 노출되는 ‘Z’자형 구조였다. 별도의 커버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충격과 흠집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트 XT2는 양쪽 화면을 모두 안쪽으로 접는 방식으로 바꿨다. 바깥쪽에는 별도의 6.5인치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구조가 복잡해졌지만 민감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 힌지와 내부 지지 구조도 다시 설계했고 IP58·IP59 등급의 방진·방수 성능을 확보했다. 접었을 때 두께는 12.3mm, 무게는 약 299g이다. 가볍지는 않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한 기기에 담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일부 고급형에는 옆에서 화면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링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도 적용된다. 픽셀이 빛을 내보내는 각도를 좁혀 정면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화면이 어둡게 보이는 방식이다.

성능은 자체 개발한 기린 9050 프로가 담당한다. 화웨이는 반도체의 구조적 효율을 높이는 ‘로직폴딩’ 기술을 적용해 소비전력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는 5000만 화소 메인과 4000만 화소 초광각, 3.5배 광학줌을 지원하는 5000만 화소 잠망경 망원으로 구성됐다. 배터리 용량은 5600mAh이며 66W 유선과 50W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 출시가는 1만9999위안부터 2만4999위안으로 한화 약 400만~5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노트북과 태블릿을 함께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첫 사전 예약 물량은 모두 판매됐다. 실용적인 스마트폰이라기보다 화웨이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초고가 제품에 가깝다.
여권처럼 짧고 넓게…샤오미는 ‘일상성’에 집중
샤오미 18 폴드는 화웨이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무조건 화면을 크게 만드는 대신 접었을 때 여권과 비슷한 짧고 넓은 형태를 택했다. 샤오미는 이를 플립형과 기존 북 타입 폴더블 사이에 있는 ‘미드 폴드’라고 부른다.
외부 화면은 5.38인치, 내부 화면은 7.58인치다. 대각선 길이만 보면 일반적인 폴더블폰보다 작지만 가로 폭이 넓어 웹페이지나 사진, 영상을 보기에는 유리하다. 펼친 화면에서는 세 개의 앱을 나란히 배치할 수 있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역시 여권처럼 짧고 넓은 형태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폴더블폰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휴대성도 눈에 띈다. 펼쳤을 때 두께는 5.02mm, 접었을 때는 10.68mm다. 무게는 219g으로 일반 바 형태의 대화면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다. ‘폴더블폰은 무겁고 두껍다’는 인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설계다.
내부에는 샤오미가 직접 개발한 ‘엑스링 O3’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3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되는 10코어 칩으로 대화면 멀티태스킹과 온디바이스 AI 처리를 강조한다. 고급형 모델에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LPDDR6 메모리도 들어간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 부품까지 자립하려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6000mAh 배터리를 넣으면서도 219g의 무게를 유지한 점도 인상적이다. 67W 유선 충전과 50W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카메라는 라이카와 협업한 2억 화소 메인 카메라를 중심으로 5000만 화소 초광각과 3.5배 잠망경 망원 카메라를 갖췄다.
가격은 1만999위안부터 1만4999위안이다. 한화로 약 220만~300만원 수준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메이트 XT2보다는 현실적이고, 애플의 첫 폴더블폰과도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중국에서는 9월 10일부터 판매되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출시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이 만드는 것은 제품보다 ‘시장의 기준’
폴더블폰은 2019년 처음 등장한 이후 꾸준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2%에 불과하다. 높은 가격과 내구성에 대한 불안, 무거운 무게 때문에 일부 얼리어답터를 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애플의 참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이 폴더블폰을 내놓는 순간 접는 스마트폰은 낯선 실험작이 아니라 하나의 주류 제품군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폴더블폰 누적 출하량이 2026년 말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애플 제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2027년에는 연간 출하량이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업체들도 이익을 볼 수 있다. 화웨이는 두 번 접는 구조와 10.2인치 화면으로 애플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적 차이를 만들었다. 샤오미는 애플과 유사한 와이드 폴더블에 대용량 배터리와 고화소 카메라, 자체 칩을 넣어 정면 승부를 준비했다. 삼성전자 역시 오랫동안 쌓아온 폴더블폰 경험과 글로벌 유통망이라는 강점이 있다.
이제 경쟁의 기준은 누가 먼저 화면을 접었느냐가 아니다. 접었을 때 일반 스마트폰처럼 편하고, 펼쳤을 때 기존 스마트폰으로는 할 수 없었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화웨이는 ‘더 크게’, 샤오미는 ‘더 실용적으로’라는 답을 먼저 내놨다.
이제 애플의 차례다. 애플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폴더블폰 전쟁은 일부 제조사의 기술 경쟁을 넘어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에디터 로그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