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신형 아반떼를 계기로 서스펜션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와 SNS에는 “멀티링크가 아니라 아쉽다”, “토션빔은 원가 절감을 위한 선택 아니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논쟁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멀티링크를 고급 서스펜션으로, 토션빔을 보급형 구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10년 전에도 푸조의 서스펜션을 색안경을 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의 시각은 다르다. 자동차의 승차감과 핸들링은 서스펜션 구조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제조사가 이를 어떻게 세팅했는지가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자동차의 주행 감각은 차체 강성과 스프링 레이트, 댐퍼의 감쇄력, 부싱의 탄성, 조향 시스템, 타이어 특성, 전자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 완성된다. 같은 형태의 서스펜션을 사용하더라도 제조사의 섀시 세팅 능력에 따라 전혀 다른 승차감과 핸들링을 구현할 수 있는 이유다.
과거 현대차와 푸조가 같은 토션빔을 쓰면서도 고급스러운 승차감의 차이를 말했던 이유이고, 벤츠와 같은 부품을 쓰던 중국 브랜드들과 차이가 크다고 말한 이유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좋은 서스펜션은 구조보다 세팅에서 완성된다”는 말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멀티링크가 설계 자유도가 높은 구조인 것은 분명하지만, 토션빔 역시 섀시 밸런스와 서스펜션 세팅이 뛰어나다면 충분히 높은 수준의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반대로 멀티링크를 적용하고도 섀시 세팅이 완성되지 못해 기대 이하의 주행 성능을 보여준 사례도 적지 않다.
과거 푸조의 섀시 개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화려한 신기술이 아니었다. 당시 엔지니어는 “같은 부품을 사용하더라도 볼트를 어느 정도의 토크로 체결하고, 얼마나 미세하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성격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렸지만, 설명을 들을수록 자동차 개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볼트 하나의 체결 강도부터 부싱의 경도, 댐퍼의 감쇄 특성, 스프링의 움직임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다시 세팅에 반영하는 과정이 브랜드만의 주행 감각을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협력업체의 부품을 사용하더라도 브랜드마다 승차감과 정숙성, 핸들링이 서로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비자는 보이지 않지만, 제조사가 오랜 시간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가 자동차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푸조다. 푸조는 오랫동안 토션빔 기반의 후륜 서스펜션을 사용해 왔지만, 유럽에서는 뛰어난 핸들링과 섀시 밸런스를 갖춘 브랜드로 꾸준히 평가받아 왔다.
그 배경에는 모터스포츠에서 축적한 경험이 있다. 푸조는 1980년대 세계 랠리 선수권(WRC) 그룹B를 대표했던 ‘205 T16’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 차체 거동과 접지력, 섀시 제어 기술을 축적했다. 비록 205 T16은 미드십 사륜구동 구조의 랠리카로 양산 모델과는 구조가 다르지만, 극한의 주행 환경에서 얻은 섀시 개발 철학은 이후 양산차 개발에도 꾸준히 반영됐다.

실제로 같은 시대 판매된 양산형 푸조 205 역시 토션빔 후륜 서스펜션을 적용하면서도 뛰어난 코너링 성능과 경쾌한 핸들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개발 철학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308과 408, 3008, 5008에도 이어지고 있다. 모두 토션빔 후륜 서스펜션을 사용하지만, 자연스러운 차체 움직임과 우수한 직진 안정성, 안정적인 코너링 성능으로 ‘운전이 즐거운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션빔이 가진 장점은 주행 성능만이 아니다. 구조가 단순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고 부품 수가 적어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경량화에도 유리하다. 푸조가 동급 대비 넉넉한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러한 패키징의 장점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푸조가 보여주는 사례는 토션빔이라는 구조 자체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조사가 그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고 완성도 높게 세팅했느냐다.
최근 반복되는 토션빔 논란은 여전히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조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동차의 주행 성능은 하나의 부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차체와 서스펜션, 조향 시스템, 타이어, 전자제어 시스템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방향으로 조율될 때 비로소 브랜드가 의도한 주행 감각이 만들어진다.
좋은 자동차는 어떤 부품을 사용했느냐보다, 그 부품을 어떻게 다듬고 완성했느냐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세팅과 데이터의 축적이야말로 자동차 브랜드의 진정한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다.
- 에디터 – 로그A